[나무를 찾아서] 봄길잡이에 나선 나무들… 나무와 바위가 이뤄낸 변증의 생명력 | |
천안 태조산 성불사의 법당 오르는 길에 서있는 느티나무. | |
[2011. 3. 7] | |
여느 오래 된 느티나무와 별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성불사 느티나무. | |
뿌리를 이야기할 때면 떠오르는 나무가 있습니다.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천안 태조산 성불사의 느티나무입니다. 10미터 정도의 키를 가진 이 느티나무는 절집 오르는 길고 가파른 돌계단의 중간 참에 앉아있어요. 얼핏 보아서는 그냥 평범한 느티나무와 별다른 게 없는 나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그의 놀라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의 뿌리가 그렇습니다. | |
바위를 쪼개며 살아야 하는 힘겨운 운명으로 4백년을 살아온 자취. | |
애면글면 싹을 틔운 어린 나무는 하지만 생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가능할 지는 모르지만, 조금씩 물과 바람과 해의 힘을 빌려 바위를 뚫고 파고 들어 뿌리를 뻗었습니다. 뿌리가 자라면서 어느 틈에 그 육중한 바위가 서서히 쪼개졌습니다. 나무는 말없이 웅크리고 있던 바위를 무너뜨리는 게 미안했지만, 하염없이 뻗어나가야 하는 제 뿌리를 스스로도 어쩔 수 없었어요. 살아야 했으니까요. 큰 바위의 균열이 조금씩 더 커지자, 나무는 제 몸을 지탱해주는 바탕을 잃을 지도 몰랐습니다. | |
마치 고행의 수도승처럼 서있는 나무와 바위의 신비로운 모습. | |
바위도 처음에는 난데없이 날아온 씨앗에서 자라는 나무 뿌리가 성가셨지만, 홀로일 때보다는 외롭지 않아 좋았습니다. 날마다 파고드는 나무 뿌리의 날카로운 부리짓으로 단단했던 몸이 뜯기는 아픔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바위는 아픔을 잊으려고 나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바위에게 한없이 미안한 탓에 나무도 바위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수다한 나무가 된 거죠. 봄이면 무려 5백 만 장이나 되는 초록 잎을 바위 위로 펼쳐 넉넉한 그늘을 드리웠습니다. 바위도 느티나무의 초록 그늘이 좋았습니다. | |
경남 하동의 소나무.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나무들은 볼 수록 신비롭다. | |
도저히 공존하기 어려울 듯한 나무와 뿌리가 공존하는 예는 또 있습니다. 위 사진은 소나무와 바위입니다. 성불사 느티나무의 바위보다 훨씬 더 큰 바위 위에 뿌리내린 소나무입니다. '문암송'이라고 불리는 이 소나무 이야기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전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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