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나호열
못을 친다
다 흘러가 버린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남은 이름이라도 걸어두려는지
못을 칠 때마다 울음이 쿵쾅거린다
아직 견고하게 남은 벽이
그렇지 않으면 자꾸 뭉툭해져 튀어오르는 못이
일으키는 시퍼런 안광
새들의 지저귐을 읽어내지 못하면서
꽃들이 개화하는 고통을 듣지도 못하면서
막차를 타고 도착한 이 세상에서
너무 많이 떠들었던 것은 아니었는가
저기 기둥에 기대어 졸고 있는 노숙자에게
베개나 삼으라고
잠시 언 손 녹여줄 불쏘시개나 하라고
그도 저도 아니면 밑씻개라도 하라고
못질 자국 선연한 손 대신 내미는
때 묻은 시집
생애만큼 가볍고 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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