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단풍
조용미
머리는 어디로 숨고 꼬리장식만 활짝 펼쳐졌다
깊게 갈라진 결각을 따라 오르내리다 보면 나무의 깃털 그늘은 더 넓고 섬
세하게 펼쳐진다
몸의 깃털무늬로 광배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새
공작의 날개무늬엔 천개의 눈이 달려있어 꼬리 깃을 접어야만 그 눈을 다
감을 수 있다
천개의 눈을 감추고도 저 단풍은 태연히 푸른 날개를 펼쳤다 붉은 날개를
펼쳤다 한다
공작안을 가진 사람은 정신이 눈에 갈무리 되어있어 맑은 기운을 품어 위
엄 있고 어지러운 일에 휩쓸리지 않는다는데
대웅전 아래 꿈쩍도 않고 목을 돌려 공작안은 감추어두고 붉고 긴 꼬리깃
털만 드리우고 오래도 당당하구나
청공작 홍공작 다 맑은 눈이 수북하다
나무도 아닌 새도 아닌 공작단풍이란 무슨 멍에일까 공작새의 영혼을 가진
나무이니까
그 꼬리 깃은 다 나뭇잎이라는 털이어서 분명 따뜻하다
-출처<미네르마>'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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