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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공작단풍 / 조용미

by 丹野 2010. 12. 12.

     

     

     공작단풍

       조용미

     

     

     

      머리는 어디로 숨고 꼬리장식만 활짝 펼쳐졌다

      깊게 갈라진 결각을 따라 오르내리다 보면 나무의 깃털 그늘은 더 넓고 섬

    세하게 펼쳐진다

     

      몸의 깃털무늬로 광배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새

      공작의 날개무늬엔 천개의 눈이 달려있어 꼬리 깃을 접어야만 그 눈을 다

    감을 수 있다

     

      천개의 눈을 감추고도 저 단풍은 태연히 푸른 날개를 펼쳤다 붉은 날개를

    펼쳤다 한다

      공작안을 가진 사람은 정신이 눈에 갈무리 되어있어 맑은 기운을 품어 위

    엄 있고 어지러운 일에 휩쓸리지 않는다는데

     

      대웅전 아래 꿈쩍도 않고 목을 돌려 공작안은 감추어두고 붉고 긴 꼬리깃

    털만 드리우고 오래도 당당하구나

      청공작 홍공작 다 맑은 눈이 수북하다

     

      나무도 아닌 새도 아닌 공작단풍이란 무슨 멍에일까 공작새의 영혼을 가진

    나무이니까

      그 꼬리 깃은 다 나뭇잎이라는 털이어서 분명 따뜻하다

     

      

     

    -출처<미네르마>'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