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꽃씨
송찬호
하얗게 핀
민들레 꽃씨를
후우,
불었다
조그만
민들레 꽃씨가
바람을 타고
후
후 후
후 후 후 후 후
후 후 후
후 후
날아간다
시인의 눈에는 꽃이 아닌 꽃씨도 피어나는구나. 그래 노란 민들레도 꽃씨는 하얗게 피어나지. 푸, 하고 다급하게 불지 않고 후우, 숨 길게 분 까닭 알 듯도 하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에 꽃씨들 하나하나 다 골고루 날려주고 싶었던 게지. 그 마음을 직접 쓰지 않고 그림으로 그려 놓았구나. 그림은 민들레 꽃대가 입 바람에 누운 모양 같기도 하고 민들레 홀씨 하나 같기도 하다. 흩어지며, 전생이 될 꽃송이를 그려보는 꽃씨들. 공중을 나는 후 후 후. 꽃씨가 꽃대를 떠난 후의 삶을 떠올려 보아 '후 후 후'인가.
우리 사람들도 우주의 어떤 맑은 기운이 후우, 하고 소중히 불어준 건 아닐까. 동시대인인 우리들도 각자의 생명으로 분가하기 전에는 한꽃송이였던 것은 아닐까.
[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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