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꽃 무늬 화병
나호열
한 겨울
낟알 하나 보이지 않는
들판 한 가운데
외다리로 서서 잠든 두루미처럼
하얗고 목이 긴
화병이 내게 있네
영혼이 맑으면 이 생에서
저 생까지 환히 들여다보이나
온갖 꽃들 들여다 놓아도
화병만큼 빛나지 않네
빛의 향기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문 반의 발자국 소리
바라보다 바라보다 눈을 감네
헛된 눈길에 금이 갈까 봐
잠에서 깨어 하늘로 멀리 날아갈까 봐
저만큼 있네
옛사랑도 그러했었네
- 시집 『 눈물이 시킨 일』 시학시인선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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