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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사진과 인문학/꽃살문의 꽃이 되다

사찰 꽃살문 / 인간과 자연의 조화, 단청丹靑

by 丹野 2010. 2. 6.

 

 

사찰 꽃살문(3)  

 

 

                             대승사 솟을모란꽃살문 / p r a h a

 

 

 

인간과 자연의 조화, 단청丹靑

 

춘양목은 불그스레한 빛을 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촘촘한 나이테 선에서

검은빛을 내서 전체적으로 검붉은 나무 질감을 보인다.

이러한 새감은 자연적이어서 편안하다. 꽃살문 가운데는 단청한 지가 오래되어

색이 벗겨지거나 아예 단청을 하지 안은 것이 잇는데, 이를 통해 춘양목 본래의 색이 드러난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단청이 벗겨지 고색이 도는 이러한 꽃살문 조작 장식에는

나이테의 가지런한 골이 드러나 또 다른 미감美感을 창출한다.

꽃잎의 윤관 또한 자연스러우 마모를 거치면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선으로 거듭난다.

목수의 인공에 세월의 무게가 더해지는 것이다.

 

 

 

단청이 벗겨진 꽃살문, 내소사 대웅전

 

 

 

절에서 꽃살문을 특별히 관리하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중에는 기름을 칠해춘양목 보낼의 색감에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게 한 곳도 있다.

청도 운문사 대웅보전의 꽃살문이 그렇다.

운문사는 울주와 밀양 그리고 청도군의 경계에 위치한 운문산 북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유서 깊은 사찰로 예로부터 선의 도량으로 이름나 있다.

오늘날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조계종 승각학원이 설치되어 소녀 비구니들이

수도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찰 경내는 더욱 정갈하고 청정한 분위기이다.

대웅보전의 꽃살문도 기름을 발라 깔끔하고 윤기가 흐르며 춘양목의 질감이 두드러지면서

목재 본래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빛을 발한다.

 

꽃살문의 나무결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것을 오랫동안 보존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단청이다. 단청을 입히는 목적은 일차적으로 비바람으로부터

목재의 부식을 막고 내구성을 높이는 데 있다. 거기에 사찰의 신성한 건물들을 장엄하기 위한

목적이 부가된다. 단청의 색은 오채五彩를 기본색으로 하여 무수하나 색을 내지만,

대표되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본래 단청의 어의語義가 붉은색丹과 푸른색靑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그것을 알 수 있다.

 

붉은 색은 색의 왕이다. 가장 원초적인 색이며 강렬하고 정열적이다.

태초에 사람들은 몸에서 나온 붉은 피를 보며 인간의마음을 붉은색이라 생각하였을 것이다.

단심丹心이라는 단어도 그러한 상징에서 비롯되었으리라. 불교에서는 마음의 꺠달음을 구한다.

석가모니의 치열한 고행도 결국은 마음의 꺠달음에 이르며, 그 깨달음이 곧 부처인 것이다.

깨달음을 향한 노력은 치열하기에 그 마음은 가장 강렬하며 그 결과에 다다른 꺠달음의 경지 또한

가장 큰 환희일 것이다. 그렇다면 깨달음을 얻은 마음의 색깔은 무엇일까.

부처님을 모신 법당에 드리운 붉은 천에서 그 상징성을 본다.

 

푸른색은 파랑과 녹색을 포괄한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푸른색이란 일반적으로 녹색을 지칭한단. 신호등의 푸른색이나

청자의 푸른색은 그 이름과 달리 모두 녹색이라는 사실이다. 꽃살문에 일부 강렬한 파랑을

쓰기도하지만 그 대부분은 녹색이  차지하고 있다. 녹색은 식물의 색으로 거기에는

생장과 희망의 상징이 담겨 있다. 모든 생명이 숨죽이고 있는, 차가운 겨울 상록수의 녹색도

신비롭지만, 잿빛 겨울을 이겨낸 초봄의 여린 초록빛은 경이롭다. 또한 여름이 깊어질수록

생명의 무성함을 증폭시키는 것이 녹색이다. 녹색은 한마디로 자연의 색이다.

 

단청에서 붉은색과 푸른색이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 의식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붉은색이 우선 피를 연상케 한다는 사실은 가장 인간적인 색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인간의 생명과 생존에 직결되는 가장 원초적인 색인 것이다.

이에 비해 푸른색은 자연의 색이다. 생명과 직결된 붉은색이 위험한 색이라면 자연의 생장을

상징하는 푸른색은 가장 안전한 색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붉은색과 푸른색은 각기 인간과 자연을 상징하는 색으로 가장 원초적이며

서로 극명한 대립 관계에 자리한다. 물론 인간과 자연을 대립 관계로 파악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역사 동안 자연과 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서로 하나가 되기를 바라왔다.

색을 쓰는 데에도 서로 대립되는 붉은색과 푸른 색을 기조로 삼아 이를 혼용한 것이다.

 

 

                                                                                          흥국사에서

 

단청의 상록하단上綠下丹원칙

 

절집에 베푸는 단청에는 일정한 기준이 있다.

추녀, 처마, 공포 등 상부에는 녹색을 칠하고 기둥이나 난간 등 하부에는 붉은색을 칠한다.

일느다 상록하단의 원칙이다. 건물 표면에 단청을 하지 않고 단지 바탕칠만 할 경우에는

녹색의 일종인 뇌록과 불은 색의 일종인 석간주만으로 마감하기도 한다.

꽃살문에 베푸는 전형적인 녹색은 석록이라 한다. 석록은 희귀 광석인 공작석을

원료로 한다.  조선시대에는 이 석록을 써서 녹색을 냈지만 구하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근대에 들어서는 석록 대신 서양에서 수입한

양록Emerald green으로 대체되었는데 양록은 약간 형광기가 도는 밝은 빛깔을 낸다.

 

문틀과 문살의 녹색은 절집 단청의 가장 중요한 색이다.

통도사 적멸보궁 어간 솟을꽃살문에 남아 있는 희미한 녹색 자국을 비롯하여

신흥사 극락보전의 솟을민꽃살문. 동화사 대웅전 오른칸의 솟을민꽃살문,

마곡사 대광보전 어간의 솟을빈꽃살문

남장사 극락보전 어간의 꽃살문에서 그러한 전형적인 녹색을 본다.

 

이 녹색은 참으로 미묘하다.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으면서 약간의 회색이 도는 그러한 녹색이다.

한편 이 녹색은 마냥 편안하거나 격의 없는 색은 아니다. 색의 마술사인

바실리 칸딘스키는 녹색에서 오나벽한 고요와 부동을 발견하기도 하였으며,

일반적으로 서양에서 녹색은 귀족적인 색으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나라 절집 단청에 사용된 녹색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신비로운 색이다.

인간이 다다르기를 염원한 부처의 세계, 피안을 상징하는 색이다.

 

이슬람 사원을 장식하는 코발트 블루의 진한 청색은 이슬람인들의 신성을 상징한다.

그 색에서 내비치는 강렬함과 뚜렷함에 비한다면, 우리 절집의 녹색은 훨씬 부드럽고 포용적이다.

색이 심성과 내세관을 반영하는 것일까. 외국인들에게 '한국'하면 떠오르는 상징에 대해 질문하면

대부분이 문양으로는 태극을, 색으로는 바로 이 녹색을 든다고 한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였지만 절집의 문틀과 문살에 단청된 녹색이 가장 한국적인 색인 샘이다.

 

 

 

 

신흥사 솟을민꽃살문

 

 

  

자료 출처 / (1) 『사찰 꽃살문 』 솔 출판사 

                사진 /관조 스님  글 / 이내옥

 

               (2)『꽃문 』미술문화

               사진 / 관조 스님  글 / 강순형

  

 

 

대승사 꽃살문 / p r a h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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