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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시집『내가붉었던것처럼당신도붉다』

사막의 가슴은 깊다

by 丹野 2019. 8. 13.

 

 

 


사진 / 인터넷 검색

 

 

사막의 가슴은 깊다

김경성

 

장맛비 함석지붕 뚫을 기세다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움푹한 구덩이를 만들어놓았다

몇만 년이 흐르면

저 웅덩이도 사막이 되어서 빗방울 화석을 남겨놓을 것이다

마두금 소리에 길들어진 사막의 바람은 부드러운 칼날을 가져서

모래 속에 제 몸을 집어넣고 쓰으윽 갈고 다닌다

잃어버린 바다는  멀리 있고
바다가 남겨놓은 상처의 딱지가 가끔 보이기도 한다

전갈들은 상처의 틈새로 들어가서 마른 물 자국을 핥으며

종이 등불 같은 달빛 사각사각 잘라내어

모래 틈에 끼워놓는다

낙타가 걸어온 길의 흔적은

가시덤불로 구워내는 짜파티의 어룽진 무늬 속에 들어 있다

낙타의 마른 발자국 적실 수 있게

장맛비 모두 사막 쪽으로 밀어도

사막의 가슴은 적시지 못할 것이다

사막을 벗어나지 않은 바람,

물결무늬같은 새기며 물의 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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