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인터넷 검색
사막의 가슴은 깊다
김경성
장맛비 함석지붕 뚫을 기세다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움푹한 구덩이를 만들어놓았다
몇만 년이 흐르면
저 웅덩이도 사막이 되어서 빗방울 화석을 남겨놓을 것이다
마두금 소리에 길들어진 사막의 바람은 부드러운 칼날을 가져서
모래 속에 제 몸을 집어넣고 쓰으윽 갈고 다닌다
잃어버린 바다는 멀리 있고
바다가 남겨놓은 상처의 딱지가 가끔 보이기도 한다
전갈들은 상처의 틈새로 들어가서 마른 물 자국을 핥으며
종이 등불 같은 달빛 사각사각 잘라내어
모래 틈에 끼워놓는다
낙타가 걸어온 길의 흔적은
가시덤불로 구워내는 짜파티의 어룽진 무늬 속에 들어 있다
낙타의 마른 발자국 적실 수 있게
장맛비 모두 사막 쪽으로 밀어도
사막의 가슴은 적시지 못할 것이다
사막을 벗어나지 않은 바람,
물결무늬같은 새기며 물의 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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