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by 丹野 2009. 5. 30.
                

 

 

                                                                                                                                     티벳 샤뮈엘사원 / p r a h a


          / 나호열

            

          그가 문을 닫고 떠날 때마다 나의 생애는 오래 흔들거렸다

          위태롭게 걸려 있던 별들이 우수수 떨어지기도 했고

          정전의 암흑이 발자국들을 엉키게도 했다

          세차게 닫히는 쿵하는 소리가

          눈물을 한 움쿰씩 여물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

          두렵고도 즐거운 일이기도 하였다

          우리는 역방향으로 빠르게 사라졌지만

          문은 늘 우리에게 약속의 열쇠 같은 것이었다

          안에서는 잠겨지지 않는 그 문은

          오직 그가 열고 닫을 수 있었던 것

          문이 열릴 때 잠깐씩 햇살이 비치고

          바람이 들어오고

          그 햇살과 바람으로 나는 사막을 키웠다

          문이 닫힐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두통이 역겨웠지만

          나는 그가 왜 그렇게 문을 세게 닫는 지

          그를 만나기 전부터 알고 있다

          내가 키우고 있는 사막이 더 커지지 않도록

          햇살과 바람이 틈입할 수 없도록 환영만을 남겨두는 것

          언젠가 그는 나에게 길을 낼 것이다

          거룩한 순례자의 발자국을 화인처럼 내 가슴에 새길 것이다

          오늘도 그는 세게 문을 닫고 떠났다

          지상에서 살다 간 사람들은 별이 되었다는데

          하늘엔 장막 같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1638

     

'나호열 시인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름의 집  (0) 2009.06.02
<눈물> 詩 몇 편 / 나호열   (0) 2009.05.31
봄날은 간다   (0) 2009.05.28
나무의 진화론  (0) 2009.05.26
오름, 그 여자  (0) 2009.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