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이름을 불러줄까
나호열
날이 어두워진 줄 알았더니 내 눈이 어두워진 것이었다
먼 길을 갈 수 있는 힘은 누가 호명해줄까 기다리는 것
눈물이 앞 서 간 자리를 발자국이 덮어주는 것
그러니 나는 사라져 가는 것이다
간을 빼 놓고 화로 같은 심장을 꺼내놓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커다란 입만 허공에 벌린
빈 자루가 되었던 모양이다.
누가 내 이름을 부르나
돌아보면 헛헛한 웃음 지으며 사라지는 바람
더러운 곳을 향해 내려가는 시냇물 소리
어디엔가 모질게 걸려 헛바퀴 돌듯
뒷걸음질치며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누가 내 이름을 불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