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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비행기로 사막을 건너며 목련을 생각한다 / 류승도

by 丹野 2009. 2. 8.

 

 

 

비행기로 사막을 건너며 목련을 생각한다

류승도



비행기가 이륙하여 고도를 높이는 동안 나는 겸손해진다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는 동안에도 나는 다시 겸손해진다
허공에 기대고 있음을 느끼는 것은 두려운 일
나는 좌석 등받이를 당겨 세우고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는 것이다
두려움이 나를 겸손하게 할 때
나는 마음을 내려놓고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려
몸 가만히 숨으로 태운다
허공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겸손한가
나를 지탱해 준 것은 나만이 아니었으니
믿을 것은 나뿐이라는 생각이 나를 더욱 두렵게 한다
이 순간 창문 밖 봉오리 가득했던 목련나무가 생각나는 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목련꽃들은 왜 기댈 곳 없는 허공에 서로 피었다
밤길 환하게 무너지는지, 나 그 아래 무심히 지나쳐왔는지
아직 목련꽃 그늘진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묻는다면 사막을 걷는 낙타는 그 이유를 알지도 혹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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