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로 사막을 건너며 목련을 생각한다
류승도
비행기가 이륙하여 고도를 높이는 동안 나는 겸손해진다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는 동안에도 나는 다시 겸손해진다
허공에 기대고 있음을 느끼는 것은 두려운 일
나는 좌석 등받이를 당겨 세우고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는 것이다
두려움이 나를 겸손하게 할 때
나는 마음을 내려놓고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려
몸 가만히 숨으로 태운다
허공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겸손한가
나를 지탱해 준 것은 나만이 아니었으니
믿을 것은 나뿐이라는 생각이 나를 더욱 두렵게 한다
이 순간 창문 밖 봉오리 가득했던 목련나무가 생각나는 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목련꽃들은 왜 기댈 곳 없는 허공에 서로 피었다
밤길 환하게 무너지는지, 나 그 아래 무심히 지나쳐왔는지
아직 목련꽃 그늘진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묻는다면 사막을 걷는 낙타는 그 이유를 알지도 혹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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