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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탁란(托卵) / 류승도

by 丹野 2009. 2. 8.

 

 

탁란(托卵)

 

류승도

 

 

나의 유전을 네게 잠시 맡긴다
뿌리 깊은 나의 슬픔은 너의 슬픔이 된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아닌
네가 뻐꾸기가 된들
나만한 슬픔이 아니겠느냐
오늘도 마을 한 바퀴 허공을 빙 돌아
너의 집 멀리 바라본다
나의 슬픔을 온전히 키워다오
너의 슬픔으로 온전히 키워다오
내 사랑은 그대에게 늘 상처일 뿐이오나
그 아픔으로 그대의 삶 빛나게 해다오
어쩔 수 없이 그것은 기쁨,
단 한순간도 피비린내 지울 수 없는 생이다
그러나 모진 사랑이여,
이제 다 자란 슬픔에 날개가 돋거든
그 슬픔 내가 거두어야 하네
나의 노래로 그 슬픔 찬미하여야 하네
그대 슬픔의 날개 잠시 접어다오
우리 서로 슬픔에 의지하여 기쁨을 키우거니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슬픔으로
숲은 무성해지고 사랑 또한 여물어
오늘 하루 무심히 잠드는 이 있을 것이다
오늘 숲에는 새소리 가득하여
그리움 가득 고여 오는 데
잠시 눈 환해지는 것은 어쩐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