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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물 속의 사원 / 송종찬

by 丹野 2009. 2. 8.

 

 

 

물 속의 사원

 

송종찬

 

칠년 만에 수문이 열리고

수몰지구의 물이 반쯤 빠지자

강 한가운데 한 그루 나무가 드러났다

한바탕 속절없이 눈물을 방류한 뒤

눈동자를 바라보면

기다리던 사람 보이기나 하는 것인가

아무리 커도 절망은

나무의 키를 넘지 못한다는 듯,

흐른 물살에 못 이겨

마을이 사라지고 길의 지도가 지워진 뒤에도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저 나무는

지나가던 물고기들의 집

기도를 올리던 사원이었을 것이다

꽃잎을 피울 수 없지만

스스로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저 나무를

죽었다고 말할 수는 없으리

아무리 슬픔이 길어도

강의 길이를 넘지 못한다는 듯

해오라기 한 마리

선 채로 입적한 등신불 위에 앉아

강 끝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