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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화병 花甁

by 丹野 2009. 1. 31.
                    

                                                                                    p r a h a

             

       

      화병 花甁  / 나호열

       


      한 겨울

      낟알 하나 보이지 않는

      들판 한 가운데

      외다리로 서서 잠든 두루미처럼

      하얗고 목이 긴

      화병이 내게 있네

      영혼이 맑으면 이 생에서

      저 생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나

      온갖 꽃들 들여다 놓아도

      화병만큼 빛나지 않네

      빛의 향기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문 반의 발자국 소리

      바라보다 바라보다 눈을 감네

      헛된 눈길에 금이 갈까 봐

      잠에서 깨어 하늘로 멀리 날아갈까 봐

      저만큼 있네

      옛사랑도 그러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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