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반짝이는 겨울바닷가의 모든 것들이
부다페스트의 밤처럼, 황홀하도록 아름답지만
내 가슴은 먹먹했다.
그때, 영웅광장에서 몇십 미터만 가면 글루미썬데이 영화에 나왔던 레스토랑이 있다고 했었는데,
그곳을 가보지 못했다.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마음 먹고 있으니, 정말 언젠가는 닿을 수 있으리라...
홀로 진흙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말발굽 소리가 났다.
바닷가에서, 폐염전에서......뒤돌아보니 검은 말 한 마리 달려온다.
옆으로 피하려고 했지만 피하지 못했다.
천천히 걸어가던 말이 갑자기 몸을 흔들자 말위에 타고 있는 남자도 몸을 옆으로 구부리며
균형을 맞추었다.
억새밭 너머로 아득하게 사라졌다.
말이 사라지고 난 후에 보니, 화석처럼 깊게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사진과 인문학 > 소래 폐염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폐허 / 깃털 편지를 읽다 (0) | 2009.01.27 |
---|---|
폐허 / 이제, 사라지고 말 (0) | 2008.12.22 |
폐허 / 바람의 날개(2) (0) | 2008.12.22 |
폐허 / 바람의 날개(1) (0) | 2008.12.22 |
폐허 / 바람과 햇빛의 말 (0) | 2008.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