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숲에 와서 / 나호열
숲에 오면 나는
공연히 눈물이 나는 것이다
주소가 없어
부쳐지지 못한 한 뭉치 소포처럼
웅크린 저 소나무가
낯익다
여기 꼼짝하지 말고 있어
날은 어두워지는데
총총걸음으로 사라져버린
엄마를 기다리다
혼자 어른이 되어 버린
나는 소나무와 함께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다
쓰러지지 않으려고
바람에 맞서 뼈마디 굵어진 일이나
동구 밖으로 한 걸음도 나서지 못한 채
짧은 여름 키 세운 기다림의 저 눈길이
못내 그리운 것이다
나이는?
이름은?
우리는 아무에게도 접속되지 않은 채
그렇게 눈시울만 붉게
서로를 바라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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