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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눈물

by 丹野 2008. 12. 10.

 

 

눈물 / 나호열

 

길에도 허방다리가 있고

나락도 있다고 하여

고개 숙이고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


눈물은 

꽃 지고 잎 지고 나서야

익을대로 익는 씨앗처럼

고개를 숙여야 숨을 죽였다


길은 시작도 끝도 없어

우리는 길에서 나서 길에서 죽는다고

꿈에서나 배웠을까


문득 내가 한 자리에 멈추어 서 있을 때는

누군가 간절히 그리웁거나

서러웠을테지 


가슴에서 퍼올린 눈물이

그 길로부터 하염없이 굴러 내려가

강물이 되기를

그리하여 회귀의 꿈을 다시 꿀 수 있기를


그러나 나의 눈물은

강물이 되지 못하고

호수가 되지 못하고

씨앗이 되지 못하고 사라져 갔을 뿐


그러나 키 큰 절망 앞에  고개를 드니

비로소 하늘이 보였다

하늘이 없는 사람 그 얼마나 많으냐

하늘이 없는 사람에게 돋지 않는 별이

손바닥 만한 내 하늘에 떠 있다


오래 전 잃어버렸던 눈물이

익을대로 익어

따듯한 가슴으로 떨어질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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