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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노고단 가는 길

by 丹野 2008. 8. 24.

 

                                                                                                                          

출처-세상과 세상사이

     

     

    노고단 가는 길 / 나호열


    빠른 길 일부러 놓치고 오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흘러가는 냇물이 마음을 씻어주고

    숲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몸을 씻어주고

    비탈진 돌길 오르다 언뜻 보이는 하늘 한 자락 잡아당겨

    흐르는 땀을 씻었다

    화사 花蛇 한 마리 느긋하게

    몸과 마음 사이를 가로질러가자

    세상이 온통 초록으로 소름이 돋았다

    노고단은 몇 송이 붉은 원추리를 보여주었지만

    아랫녘 세상은 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구름타고 놀라고

    꿈 깨면 아득하게 떨어지라고

    빠른 길 걸어왔던 몇몇은 피기도 전에 져버렸는지

    화사가 이번엔 마음에서 몸으로 가로질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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