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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시집『와온』

탁본

by 丹野 2010. 10. 22.



 

 

탁본 / 김경성

 

천장에 걸어놓은 종이 등,

물고기 풍경이 매달려 있다

한쪽 벽면에 제 모양의 그림자를 그려놓고

천천히 흔들거리며 탁본을 뜨고 있다

산사 처마 끝 풍경은 얼마나 맑은 소리 뿜어내고 있을까

제 몸 걸려 있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여도

사람의 마음 끌어당겨 지느러미 위에 걸쳐 놓는다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서야 했던

습한 마음 헤아려주는 물고기 풍경

등뼈 내리치는 불빛 아래 앉아서

내 몸에도 탁본을 뜬다

몸 열어서 무언가 내밀하게 섞을 수 없었던

완강하게 서 있는 벽,  이제 적막하지 않다

탁본 속에서 빠져나온 물고기

지느러미 흔들거리며 떠다닌다

물고기 풍경이 있는 찻집

천장까지 바닷물 찰랑거린다

젖은 옷자락 달라붙어서 마음마저 젖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