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본 / 김경성
천장에 걸어놓은 종이 등,
물고기 풍경이 매달려 있다
한쪽 벽면에 제 모양의 그림자를 그려놓고
천천히 흔들거리며 탁본을 뜨고 있다
산사 처마 끝 풍경은 얼마나 맑은 소리 뿜어내고 있을까
제 몸 걸려 있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여도
사람의 마음 끌어당겨 지느러미 위에 걸쳐 놓는다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서야 했던
습한 마음 헤아려주는 물고기 풍경
등뼈 내리치는 불빛 아래 앉아서
내 몸에도 탁본을 뜬다
몸 열어서 무언가 내밀하게 섞을 수 없었던
완강하게 서 있는 벽, 이제 적막하지 않다
탁본 속에서 빠져나온 물고기
지느러미 흔들거리며 떠다닌다
물고기 풍경이 있는 찻집
천장까지 바닷물 찰랑거린다
젖은 옷자락 달라붙어서 마음마저 젖어든다
-월간 <우리詩> 2008년 10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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