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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시집『와온』

청동거울의 기억

by 丹野 2010. 10. 22.

 

 

 

 


 


 

청동거울의 기억

 

김경성

 

 

탑 너머 어딘가에 있는 그대에게 닿으려고

청동거울 속에서 꺼낸 목단 꽃잎 가슴에 붙이고
새벽 길 떠났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 옆에 오래된 탑이 있었다

청동거울 속으로 탑 그림자를 전송하는 동안

출처를 알 수 없는 바람이 불어와서 나뭇잎 흩날렸고

늦가을 장미 더 붉어졌다

꽃잎 한 장 한 장 떼어 장미 한 송이의 즙을 먹었다

향기로움의 맛은 얼마나 독한 것인지

그대인 듯 바라보는 오래된 탑에서 장미의 향기가 났다

나뭇가지에 긁힌 달의 근처 폐사지

산수유나무 신맛 다시며 붉게 휘어지는데

먼산  쓸고 내려온 어둠, 풍경 덮으며 산문을 나서라고 한다

탑 그림자가 있는 거울 속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어디가 출구인지 알 수 없는 폐사지에서

청동거울 뒷면의 덩굴무늬 

장미의 독이 오른 내 몸을 휘감더니 

탑 그림자가 있는 거울 속으로

끌어당겼다

검붉은 장미의 즙이 내 몸에서 뚝뚝 떨어졌다 

 

 

 

 

    고달사지에서 / p r a h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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