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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바람소리

by 丹野 2008. 2. 9.

 

 

 

 

 

바람소리 / 나호열

  

 

전화기 속으로 수많은 말들을 쏟아 넣었는데
먼 곳에서 너는 바람소리만을 들었다고 한다
돌개바람처럼 말들이 가슴으로부터 솟구쳐 올라
빙하의 목구멍을 지나는 동안
한 계절이 속절없이 지나고 
텅 빈 머리 속에서 꽃이 졌던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처음부터 그 말들은 문법이 맞지 않고
몰매 맞은 멍 자국이 너무 파랬다
웅웅거리는 바람소리가 너의 가슴에 도착하기에는
몇 번의 우기와 건기가 지나가야 할까
다시 전화기를 드니 급히 세상으로 내려가는
물소리가 들린다
내세를 덮는 저 발자국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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