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의자의 추억
고창환
지금은 삐걱거리는 뼈대를 추스리기도 힘겹지만 누
군들 한때의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적이 없을까 척추
사이로 흐르는 기름때 같은
세월 속에선 풀린 나사를
아무리 조여도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나는 감히
그리움이라 말할 수 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엔
한무더
기의 기억만이 잡풀처럼거칠다 두드린다고 어긋난 세
월을 맞출 수 있는가 분주했던 바퀴들이 구르기를 멈
추듯 휴식은 언제나
삶의 끝에서 온다 나른한 햇살이
졸린 듯 꾸벅거리는 창가에선 모든 것이 정맥처럼 비
쳐 보이고 지나간 시간들도 맑은 강물처럼 주위를
흘
러간다 이젠 아무도 떠나보내지 않으리 사람이 떠난
자리엔 낡은기억만 자랄 뿐이다 그대가 조이고 두드
리는 세월이 미끈거리며
손끝을 빠져나갈지라도 우리
가 함께 늙은 것은 평화롭다
시집-발자국이 남긴 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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