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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풍경 너머의 풍경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by 丹野 2006. 3. 5.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체리향기' 등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사진전이 
이달 26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린다. 키아로스타미는 우리나라에 이란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시인이자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는 한때 미술을 전공하기도 했다.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의 사전행사로 기획된 이번 사진전에서 소개될 키아
로스타미 감독이 직접 찍은 흑백사진들을 소개한다."자연은 위대한 화가이다.", "카메라의 눈으로 자연을 바라볼 때
 나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은 자연에 대한 사고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작업이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에세이 중에서)

이번 전시에서는 1978년부터 2003년까지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직접 촬영한 이란의 자연경관을 담은 흑백사진 84점이 공개된다.

'길(The Roads)'과 '무제(The Untitled)'. 두 가지로 구성된 이번 컬렉션은 키아로스타미 감독과 이탈리아 토리노 국립영화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것으로, 런던?파리?뉴욕?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 전시하며 격찬을 받은 바 있다.

단순하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화면 구도와 여백의 미학을 추구한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사진들은 관객을 아름다운 이란의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한 고찰로 이끌어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나 '체리향기'(1997)를 떠올리게 한다.

황량한 벌판과 구불구불한 비포장 도로, 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서있는 앙상한 나무 같은 흑백의 이미지들은 고즈넉하면서도 역동적인 데가 있다.

길과 나무, 산과 들판, 하늘과 사람이 어우러진 모습은 자연경관의 스펙터클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그 안에는 자연과 인간의 삶을 아우르는 깊이 있는 성찰이 담겨 있다.

키아로스타미 사진전을 주최하는 환경재단은 제2회 환경영화제 개막에 앞서 다음달 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간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와 '체리향기'를 교차 상영한다.

또 환경영화제 기간 중인 다음달 10일 3시 30분으로 예정된 '키아로스타미의 길(가제)' 상영 후에는 부대행사로 감독과 관객이 직접 만날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를 가질 계획이다. 문의전화 02-720-5114(키아로스타미 사진전), 02-725-2088(환경영화제).

[시=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번역=정영묵]







 


 

 


 

 


 

 


 

 


 

 


 

 


 

 


 

어느새 / 인생 하나 지나와 / 나를 생각하며 우네. // 나의 죄를 용서해 주기를 / 잊어 주기를? / 그러나 내가 다 잊을 만큼 / 깨끗이는 말고.


어느새 / 인생 하나 지나와 / 나를 생각하며 우네. // 나의 죄를 용서해 주기를 / 잊어 주기를? / 그러나 내가 다 잊을 만큼 / 깨끗이는 말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사진집-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이란의 영화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63)의 사진집이 국내에서 처음 출간됐다.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올리브 나무 사이로'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등 '이란 북부 3부작'으로 유명한 카이로스타미 감독은 비서구 감독이면서도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중반 처음 소개되며 마니아층이 형성됐으며,다양한 예술영화들과 제3세계 영화들이 유입되는 새로운 흐름을 낳았다.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라는 제목의 사진집은 키아로스타미의 영상미학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 미술을 전공한 그는 화가와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이며 유럽에서는 이미 수차례 사진전을 열었다. 카아로스타미의 사진은 영화가 그렇듯 이란의 자연경관에 포커스를 맞춘다. 길은 적막과 고요 속에 뚜렷하게 나 있고,그 옆에 누운 산과 언덕,하늘,나무들은 한결같이 적조하고 경건하다. 인간의 모습은 최소화되어 있다. 서늘한 명상으로 안내하는 사진들 사이 사이 짧고 소박한 시들이 눈밭에 남겨진 발자국처럼 찍혀 있다. 다만 사진 인쇄상태는 기대 이하.

키아로스타미 본인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은 자연에 대한 사고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작업"이라고 했고,책 속에 글을 쓴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키아로스타미의 사진 사각의 프레임 안에는 흙과 나무,길과 그림자만이 흑과 백으로 절여져 있다. 이 흑백사진은 모든 예술의 기본인 단순화의 원리를 더욱 밀어 올린다"고 평했다.

사진집 출간과 함께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는 키아로스타미의 사진전이 열려 9월 15일까지 이어진다. 모두 100여점이 전시됐는데 사진집에서는 볼 수 없는 2005년 신작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이미 런던,파리,뉴욕,도쿄 등에서 격찬을 받은 바 있다. 다음달 8일 시작되는 서울환경영화제에서는 카이로스타미의 신작 '키아로스타미의 길'(29분 분량의 흑백 디지털 영화)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김남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