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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화병花甁 / 나호열

by 丹野 2005. 8. 26.

 

 

 

화병花甁

 

나호열



결국은 시들어 버리는 꽃을 꽂기 위해
내공은 속을 텅 비워버리는 연습인 것이다
주둥이가 깨지고 몽이 금가고 
그렇게 살다가 깨끗이 버려지는 것이다
結跏趺坐하고 장작불 고열 속에서 
기꺼이 그대의 가슴속에서 열반한 내 사랑
청자도 아니고 백자도 아니고
때깔도 곱지 못한 이 삶은
오롯이 당신에게서 태어난 것이다
아직도 들끓는 피
아직도 너끈히 나무 한 그루 키워낼 수 있는 
부푼 공기도 
그대가 불어 넣어준 들숨이다
아! 바다를 넘고 산을 넘어서 
그대의 가슴에 다시 돌아가기 위하여
풀씨보다 더 가볍게 모래로 부서지려는
한 남자의 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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