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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밀렵시대

by 丹野 2005. 5. 19.

밀렵시대

나호열

단지 다른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길을 택했을 뿐이다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만큼만 먹기를 원했을 뿐이다
내 목을 노리는, 내 뒷다리를 옭아매려는 덫들은
눈 속에, 이윽고 썩어가는 낙엽의 밑바닥에 열쇠처럼
숨겨져 있다. 한 발 잘못 내딛었을 뿐이다. 눈 뜨고도
찾지 못하는 맹목의 열쇠. 몸부림치며 물어뜯으며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온 몸에 매달린 덫들 철컥거리며
바람에 나부낀다
아! 땅에 묶여버린 나무들 아름답다. 가을이면 바람을 불러
몸의 덫들을 해탈하는 나무
하늘을 여는 저 직립의 열쇠

*발표일자 : 2002년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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