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풍등(風燈) / 강인한

by 丹野 2024. 6. 4.

풍등(風燈)

    강인한


그대의 손이 사라진다.
전 생애의 적막이 사라진다.

제 뿌리를
지하에서 지상으로 끌어올려
나무들이 배경에서 떠나가는 시절이다.

어두운 하늘 속
저마다 혼자씩 사라진다.
그대의 손이 내 비루한 추억을 뿌리치고
사라진다.

어두운 하늘 속을
하늘보다 더 어두운 마음 안고
이승엔 듯 저승엔 듯
낙엽이 진다.


          ―시집 《장미열차》 2024
            《불교평론》 2024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