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의 저녁
김경성
물의 결이 겹겹이 쌓이는 저녁이 오고 있다
멀리 왔으니 조금 오래 머물고 싶다고
지친 어깨에 내려앉는 노을빛은 붉고
무창포 바다 왼쪽 옆구리에 쌓이는
모란의 결
누군가 마음속에 넣어두었다가 꺼내놓았는지
꽃잎 사이사이 조약돌 같은 꽃술이 바르르 떨린다
바다가 너울너울 무량하게 피워내는
모란
바람의 깃에 이끌려 꽃대가 흔들린다
초승달에 걸린 바다가
허물어진다
모란이 지고 있다
-계간 《시와산문》202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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