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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모란의 저녁 / 김경성

by 丹野 2023. 6. 28.

 
 
모란의 저녁

 
김경성
 
 
물의 결이 겹겹이 쌓이는 저녁이 오고 있다

멀리 왔으니 조금 오래 머물고 싶다고
지친 어깨에 내려앉는 노을빛은 붉고
무창포 바다 왼쪽 옆구리에 쌓이는
모란의 결
 
누군가 마음속에 넣어두었다가 꺼내놓았는지
꽃잎 사이사이 조약돌 같은 꽃술이 바르르 떨린다
 
바다가 너울너울 무량하게 피워내는
모란
바람의 깃에 이끌려 꽃대가 흔들린다
 
초승달에 걸린 바다가 
허물어진다
모란이 지고 있다
 
 
 
-계간 《시와산문》202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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