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너머
김명리
새의 주검이
라일락 꽃그늘 위에
상한 꽃잎처럼 떨어져 있네
죽음 너머
꽃잎 너머랑
꽃그늘 속으로 난
길고 아득한 복도 같아서
간유리로 창문을 매단
물웅덩이가
공중에 자꾸만 생겨나는 것 같네
지워져가는
새의 무게를
라일락 꽃향기가 층층이
떠받치고 있으니까
애도가 종잇장처럼
가벼워지는 봄날 오후
만곡처럼 휩쓸리는 새의 영원을
햇빛은 지나가기만 할 뿐
바람은 스쳐 지나가기만 할 뿐
—계간 《문학동네》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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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리 / 1959년 대구 출생. 198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졸업. 시집 『물속의 아틀라스』 『물보다 낮은 집』 『적멸의 즐거움』 『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 『제비꽃 꽃잎 속』 등
- 출처 / 푸른 시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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