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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사진과 인문학/가깝고도 먼 섬

오래된 시간의 기억 #2

by 丹野 2022. 7. 21.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있는 빛의 동굴 같았다. 때로는 모든 시간을 한꺼번에 쌓아놓고

 

하나씩 되새김하는 것도 괜찮은 것이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너무 많아서,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은 것들이 있어서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있어야 했지만, 실크로드로 가는 낙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재봉틀 돌아가는 그 소리, 아직도 카펫을 짜고 있을 실크로드의 여인들

 

 

낡고 오래된, 소소한 것들, 아니 귀한 것들이 내는 울림은 참으로 컸다.

 

 

 

 

 

 

 

 

 

실크 로드

   

김경성

 

 

신당동 집 아래층 양복공장

실크로드에서 카펫을 짜던 사람이 있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재봉틀 소리

사막으로 돌아갈 길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안개 걷히지 않은 새벽 여섯 시

낙타를 타고 먼길 떠나는 사람의

손끝 아린 비단 실

씨실 날실 그가 걸어갈 길의 무늬를 그린다 

온종일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던 길

돌아보면 발자국은 바람에 지워져 있었다 

밤새 짜던 카펫 속 길,

모퉁이에 앉아 마시는 박하차처럼

마음 끝에 걸리는 알싸한 실타래는

다음 날 새벽이 오도록 멈추지 않는다

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재봉틀 소리를 타고 실크로드를 걷는다 

샹그릴라는 멀지 않다

 

 

 

 - 시집 『 와온 』 문학의 전당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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