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만 가고, 가는 곳만 가고, 보던 것만 보고, 하나의 생각에 빠지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편견을 깨라고 수없이 많은 충고를 듣지만, 변함없이 그 자리에 그 길에 늘 바라보는 것만 바라보는, 나를 어떡하면 좋을까
이제 바꿔야지 하면서도 고개 들어보면 그 자리에 서 있는 나. 그 길을 걷고 있는 나,
사진도 찍어놓고 보면 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나를 가둬놓고 있고
총체적 난국이다.
나는 나를 벗어나고 싶지만, 나는 나에게서 멀어지고 싶어서 모반을 꿈꾸지만 껍데기가 너무 단단해서 깨부술 수가 없다. 그러니 그러하니
그냥 살아왔던 대로 살아가는 수밖에
오백여 년 된 나무를 보는 순간, 아! 살아있는 꽃살문이다!
동백나무 숲이 온통 꽃살문으로 보였으니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졌으니 이를 어찌할까나
나는 나
나는 나이니까
한결같이 변함없는 나는 나이니까
이봄 꽃지는 목련나무 아래서 툭툭 떨어지는 꽃잎 비도 맞아봤으니까
내소사 적막한, 꽃살문에도 닿아 꽃의 말을 들어보았으니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고
마량리 동백나무 숲에서 2022년 4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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