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를 자르고 봄바다에 갔습니다.
바람의 농도는 매 순간마다 다르지만 바람의 느낌은 똑같을 적이 많습니다.
긴 머리를 자르고 바닷가에 서 있어보면 압니다.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쪽으로 사라지는 바람의 끝자락이 얼마나 많은 여운을 남기고 가는지를요.
긴 머리를 자르고 바닷가에 서 있으니 바람의 끝자락이 제 어깨 위에서 멈췄습니다. 더는 갈 곳 없다고 제 가슴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긴 머리를 잘랐던 날에는 봄비가 내렸었습니다. 꽃 핀 매화나무 옆을 지나서 제일 먼저 보이는 미장원에서 머리를 잘랐습니다.
-봄비 내리는 봄밤 2022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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