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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사진과 인문학/충만한 고요

창덕궁 만첩홍매, 멀리서 바라보다 #1

by 丹野 2022. 4. 2.

창덕궁 만첩홍매, 멀리서 바라보다 

2022년 4월 1일

 

 

 

 

 

 

 

 

 

 

 

 

 

 

 

 

 

 

 

 

 

 

 

 

 

 

 

 

 

 

 

 

 

 

 

 

 

 

 

 

 

 

2020년 2021년 만첩홍매를 만나지 못했었습니다.

 

어디든 가닿을 수 있는 시간이 와주었습니다.

남쪽에서는 벚꽃이 피어 꽃눈이 쌓인 듯하다는데 꽃이 피었는가 잎이 돋았는가

흘러가는 시간을 그저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오늘  9시 궁이 열리는 시간에 가야지 다짐을 했지만 오후 3시 무렵 길을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카메라는 너무 무겁기만 하고, 오랜만에 길 위에 서니 휘청거리기만 했습니다.

늘 가닿았던 그 나무 곁으로, 그 나무와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살구나무 아래 서 있기도 하고요.

통명전 후원에 하염없이 앉아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창덕궁으로 가서 그렇게나 보고 싶었던 만첩홍매를 만나 두 손을 모으고 경배를 드렸습니다. _()_

 

오후 네 시 무렵의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문 사이로 바라봤습니다.

마치 해탈한 것처럼 더할 수 없이 고요하게요.

나이가 들어갈 수록 아름다워지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수는 없지만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지금 이 마음의 평화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름답다, 아름답다

내게 닿는, 내가 닿는, 나를 스쳐가는 바람과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닌

무심한 것들이 모두 다 아름답다고요. 

오랜만에 거울을 바라봅니다. 낯설면서도 낯설지않은 한 여자가 있습니다.

 

2022년 4월 1일 오후, 창덕궁 창경궁에 머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