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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풍경이 되고싶은 詩

[반경환 명시감상] 세상의 꽃들 7 / 해국 - 김경성

by 丹野 2022. 1. 11.

[반경환 명시감상] 세상의 꽃들 7 / 해국 - 김경성

 

해국

  

김경성

  

 

부리가 둥글어서 한 호흡만으로도 바람을 다 들이킨다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하는 해국

수평선의 소실점에 가닿을 수 있는 것은 향기뿐이라고

부리 속에 향 주머니를 넣어두었다

 

후우우-

곡예사처럼 바람의 줄을 잡고 절벽을 오르는 향긋한 숨

둥근 부리를 열어 보이는 일이

하늘 높이 나는 것보다 더 농밀하다

 

날지 못하는 바닷새, 상강 무렵

바다를 향해 연보라빛 부리를 활짝 열었다

향기가 하늘까지 해조음으로 번졌다 

바다가 새보다 먼저 젖었다

 

 

 

 - 『시와 경계』 2013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