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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풍경이 되고싶은 詩

추전역 / 김경성

by 丹野 2022. 1. 11.

 

 

 

추전역

 

김경성

   

 

 

꼬리지느러미 오른편에 앉았다

한 번씩 몸을 비틀 때마다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는 아가미 속으로 

산길 꾸러미가 흘러들어 갔다 

검은 길은 등지느러미를 따라 흘러가고 

물박달나무는 제 몸의 비늘을 벗겨서 속 길을 그렸다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

연필심이 제 몸의 뼈대가 된 추전역, 

이따금 밑줄 긋고 가는 물고기가 없다면

문장을 이어나가지 못할 것이다 

4B연필로 그어놓은 산길 위에 산란하는 물고기 떼,

배지느러미에 말간 알을 가득 안고 바다 쪽으로 흘러갔다 

 

당신의 옆줄*에 기대어서 내 생도 저물어간다

 

 

*물고기의 옆줄(측선)은 물의 온도, 흐름, 수압, 진동을 감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