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속에서 잠든 새
김경성
오래 생각하는 것들은 새가 되었다
어떤 새는 돌 속에서 잠이 들었다가 솟대가 되었다
하늘과 지상을 잇는 빛의 길을 내어주는 것이 그의 몫,
깃털이 빛을 받아 사람들의 머리 위에 무지갯빛을 내려주어도
염원처럼 생각은 쉬이 접어지지 않고
무엇이 되고 싶다고 한마디 말을 해보지만
간절한 말은 너무 깊이 있어서 가장 늦게 터져 나왔다
그 말은 끝내 번져가지 못하고 그저 맴돌기만 할 뿐
너무 오래 생각을 하거나 생각 속으로 너무 깊이 빠져드는 일은
돌 속에서 잠든 새를 꺼내는 일처럼 어렵다
정으로 수없이 내리쳐서 오래 잠겨있던 생각을 걷어내면
새는 그때
잠에서 깨어난다
돌 속에서 가장 먼저 나온 부리가 어떤 울음으로 말을 한다
그 말을 잘 접어서 하늘과 잇닿는 빗금 위에 올려놓으면
멀리 보는 새의 눈을 볼 수 있다
구르는 조약돌이 더 빠르게 구르며
세상 밖으로 나가는 물길을 내어 놓는다
새가 빠져나간 돌 속에 두 손을 넣으면
순간
날갯짓하는 나를 보게 된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8월호 발표
'丹野의 깃털펜 > 풍경이 되고싶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란의 저녁 외 7편 / 김경성 (0) | 2023.12.26 |
---|---|
우산 / 김경성 (낭송 / 최경애) (0) | 2023.12.26 |
천천히, 깊이, 시를 읽고 싶은 당신에게 / 이동훈 지음 (0) | 2022.01.11 |
[반경환 명시감상] 세상의 꽃들 7 / 해국 - 김경성 (0) | 2022.01.11 |
와온臥溫 / 詩 김경성(낭송 이온겸) (0) | 2022.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