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완성
김경성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해 질 녘 물 빠진 바다에서 양동이를 들고 걸어오는 한 사람
물고기가 가득 차 있다고
오른손 왼손 바꿔가며 하루치의 무게를 몸으로 말한다
넓은 등으로 받아내는 저녁노을이 너무 깊어서
오직 검은빛으로만 읽을 수 있는 그 사람의 이름을 물어보지 못하고
옆으로 비켜서서 두 손을 모았을 뿐이다
곡진한 삶의 길을 낯선 이방인이 비단신을 신고 걸었으니
일찍 나온 개밥바라기별도 말문을 닫고
갯벌에 나와 있는 목선도 깃발만 흔들어댔다
제 그림자가 다 사라지도록 검푸른 바다를 걷는 어부는
어느 순간 같은 색으로 물들어서
그대로 또 하나의 바다였다
등허리를 펴고 이따금
물꽃 목걸이를 발목에 걸어주는 바다
어부는 발뒤꿈치에 걸려있는 바다를 끌고
낯선 골목 어디쯤
대문이 없는 집으로 들어갔다
-계간 《시인정신》 2018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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