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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먼 바다는 멀리 있지 않다 / 김경성

by 丹野 2018. 7. 19.

 

먼 바다는 멀리 있지 않다/김경성

 

 

푸르메리아꽃 떨어진 자리는 향기롭고

오후 여섯 시 무렵

먼 바다로 나가는 바닷물은 쓸쓸하다

 

바다의 지문을 읽다가 돌아온 눈이 맑은 목선은

붉은 깃발을 흔들며 출렁거리고

 

그물을 빠져나온 작은 물고기가 바짝 마른 뱃가죽으로 백사장을 끌어내고 있다

 

비늘을 다 떼어내고

마음의 빗장을 풀어서 멀리 던져버렸지만

가슴 한구석을 쓰리게 할퀴고 가는

가시는 어디에서 온 것인지

 

바다가 하늘이고

하늘이 바다가 되는

해지고 난 후 짧은 암청빛의 시간

내가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있는 말들이 이런 빛일까

손 끝에서부터 차오르는 뭉클한 …

 

푸르메리아꽃을 머리에 꽂고 목선의 닻을 올린다

먼 바다는 멀리 있지 않다

 

 

 

 

-계간<미네르바> 2018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