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는 멀리 있지 않다/김경성
푸르메리아꽃 떨어진 자리는 향기롭고
오후 여섯 시 무렵
먼 바다로 나가는 바닷물은 쓸쓸하다
바다의 지문을 읽다가 돌아온 눈이 맑은 목선은
붉은 깃발을 흔들며 출렁거리고
그물을 빠져나온 작은 물고기가 바짝 마른 뱃가죽으로 백사장을 끌어내고 있다
비늘을 다 떼어내고
마음의 빗장을 풀어서 멀리 던져버렸지만
가슴 한구석을 쓰리게 할퀴고 가는
가시는 어디에서 온 것인지
바다가 하늘이고
하늘이 바다가 되는
해지고 난 후 짧은 암청빛의 시간
내가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있는 말들이 이런 빛일까
손 끝에서부터 차오르는 뭉클한 …
푸르메리아꽃을 머리에 꽂고 목선의 닻을 올린다
먼 바다는 멀리 있지 않다
-계간<미네르바> 201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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