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바깥
신현락
네가 아직 서성거리고 있음을 안다
지금 강물 위에 살얼음이 깔리는 것은
가다 말다 멈칫멈칫
동어반복의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내 안쪽의 벽화와 같다
그 중심이 비어서 안과 밖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포면장력이 투명한 시간을 이루고 있다
발을 디디면
푸시시 꺼져버릴 것만 같다
여기에서
우리는 잠시 넘실거리는 물결이었을 뿐이다
나는 너에게 부재한 생이고
죽어서도 가 닿을 수 없는 부음이었다
사리는 건널 수 없음을 안다
내 안에는 이제 들어가 볼 수 없는 바깥만이 있다
나는 나를 버린다
—《시와 문화》2016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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