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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내 안의 바깥 / 신현락

by 丹野 2017. 10. 7.




내 안의 바깥


신현락



네가 아직 서성거리고 있음을 안다


지금 강물 위에 살얼음이 깔리는 것은

가다 말다 멈칫멈칫

동어반복의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내 안쪽의 벽화와 같다


그 중심이 비어서 안과 밖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포면장력이 투명한 시간을 이루고 있다

발을 디디면

푸시시 꺼져버릴 것만 같다


여기에서

우리는 잠시 넘실거리는 물결이었을 뿐이다

나는 너에게 부재한 생이고

죽어서도 가 닿을 수 없는 부음이었다

사리는 건널 수 없음을 안다


내 안에는 이제 들어가 볼 수 없는 바깥만이 있다

나는 나를 버린다



 —《시와 문화》2016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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