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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우물 / 천융희

by 丹野 2017. 7. 26.

우물

-스윙 바이*

 

   천융희

 

 

 

캄캄한 뚜껑을 닫으면 여긴 숨어 있기 좋은 소행성이다

 

입술을 둥글게 오므린 블랙홀

 

절반은 깨어 있고 절반은 묻혀 있다

바람의 호흡을 거머쥐고 휘파람 소리를 낼 때까지

 

비튼 문장을 부리에 물고

낯선 감정이 날개에 촘촘히 박힐 때까지

좌우 수직으로 비행할 때까지

 

가까스로 완성된 이끼는 충돌의 틈에서 웃자란 질문이다

 

비스듬히 창을 열면 수면에 파문 지는 검은 하늘

얼비치는 별들은 문장의 좌표다

 

궤도를 따라 벽을 오르면

그러니까,

바닥에서 밀어 올린 무수한 울음이 있다

 

나는 두 개의 하늘 사이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간혹 휘파람 소리에

가녀린 깃털을 부비는 새 한 마리 둥글게 날아오른다

 

 

————

* 무중력의 우주를 영구히 항진하기 위한 비행법

 

    

 

                        —《시작》2017년 여름호

--------------

천융희 / 경남 진주 출생. 2011년 《시사사》(이형기문학제 백일장 장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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