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후포 혹은 후리포라는 곳 / 김명인

by 丹野 2014. 10. 18.

 

 

 

 

 

후포 혹은 후리포라는 곳

-후포 厚浦 

 

김명인

 

 

바다는 조용하다, 헛소문처럼
장마비 양철지붕을 후둘기다 지나가면
낮잠도 무성한 잔물결에 부서져 연변 가까이
떼지어 날아오르는 새떼들
보인다, 어느새 비 걷고
그을음 같은 안개 비껴 산그늘에는
채 씻기다만 버드나무 한 그루
이따금씩 원동기소리 늘어진 가지에 와 걸리고 있다

바람은 성채城砦만 구름들 하늘 가운데로 옮겨놓는다
세월 속으로, 세월 속으로, 끌고 갈 무엇이 남아서
적막도 저 홀로 힘겨운 노동으로
문득 병든 무인도를 파랗게 질리게 하느냐
누리엔 놀다가는 파도가 쌓아놓은
덕지덕지 그리움, 한 꺼풀씩 벗어야 할 허물의

 

쓸쓸한 시절이 네 마음속 캄캄한 석탄에 구워진다
뼈가 휘도록, 이 바닥에서, 너는,
그물코에 꿰여 삶들은, 모른다 하지 못하리

흉어凶漁에 엎어져도 우리 함께 견뎠던 여름이므로
키 큰 장다리 제 철 내내 마당가에 꽃을 피워 더 먼
바다를 내다보고 섰는데

 

스스로 받아 챙기던 욕망은 다 그런 것일까
멈칫멈칫 나아가다 시저恃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고
자다깨다자다깨다 눅눅한 꿈들만 어지럽게
헤매며 길을 잃는다
그래도, 눈을 들어 보리라, 저 산들과
산들이 끊어놓은 자리
다시 이어져 달려나가는 눈물겨운 수평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