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무의 기억
김명리
가까운 곳에 있어도 먼 나무
먼나무라는 이름의 나무가 있다
먼 나무의 일렁이는 나뭇잎 속으로
오방색으로 흩어지는 저녁의 잔광
먼나무를 오래 그리워하면
두 눈이 멀게 될 것만 같아
나는 먼 나무 곁으로 가지 못했다
살아서는 아직 한 번도
그 꽃을 보지 못한
먼나무의 붉은 열매와도 같은
슬픔의 적막한 좁은 미간 위에서
자꾸만 푸드덕거리는 긴 긴 여름 일몰 시각
먼나무 속으로 들어가서는
다시는 되돌아 나오지 못하는 새들이 있다
—《詩로 여는 세상》201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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