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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먼 나무의 기억 / 김명리

by 丹野 2014. 10. 13.

 

 

 

먼 나무의 기억  

김명리

 

 

가까운 곳에 있어도 먼 나무

먼나무라는 이름의 나무가 있다

먼 나무의 일렁이는 나뭇잎 속으로

오방색으로 흩어지는 저녁의 잔광

먼나무를 오래 그리워하면

두 눈이 멀게 될 것만 같아

나는 먼 나무 곁으로 가지 못했다

살아서는 아직 한 번도

그 꽃을 보지 못한

먼나무의 붉은 열매와도 같은

슬픔의 적막한 좁은 미간 위에서

자꾸만 푸드덕거리는 긴 긴 여름 일몰 시각

먼나무 속으로 들어가서는

다시는 되돌아 나오지 못하는 새들이 있다

 

 

 

 —《詩로 여는 세상》2014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