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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보름달 / 나호열

by 丹野 2013. 9. 18.

     

     

     

     

     

     

    보름달 / 나호열

     

    보름달이 가고 있어요
    둥글어서
    동그라미가 굴러가는 듯
    한 줄기 직선이 남아 있어요
    물 한 방울 적시지 않고 강을 건너고
    울울한 숲의 나뭇가지들을 흔들지 않아
    새들은 깊은 잠을 깨지 않아요
    빛나면서도 뜨겁지 않아요
    천 만개의 국화 송이가 일시에 피어오르면
    그 향기가 저렇게 빛날까요
    천 만개의 촛불을 한꺼번에 밝히면
    깊은 우물 속에서 길어 올리는
    이제 막 태어난 낱말 하나를
    배울 수 있을까요 읽어낼 수 있을까요
    보름달이 가고 있어요
    둥글어서 동그라미가 굴러가는 듯
    말없음표가 뚝뚝 세상으로
    떨어지고 있어요
    입을 다물고 침묵을 배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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