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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한 자가 문득/풍경 너머의 풍경

새들도 장례식에서 슬피 운다

by 丹野 2013. 2. 8.

새들도 장례식에서 슬피 운다

 

한겨레 | 입력 2012.09.07 16:00 | 수정 2012.09.07 17:00

[한겨레]조홍섭의 자연보따리

 

어치, 까마귀, 새 등 장례행동 보이거나 시끄럽게 슬피 울어


기린, 죽은 새끼나 동료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듯 행동


슬픔은 고양된 정신활동이다. 영원한 상실을 뜻하는 죽음은 각별한 슬픔이고 정신적 충격이다. 그래서 죽음을 애도하는 건 가장 인간적인 행동의 하나로 꼽인다. 그런데 동물도 슬퍼하는 마음 또는 적어도 슬퍼하는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적지 않다. 이런 발견은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느냐는 오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다.

놀랍게도 지능이 높은 사회성 동물인 침팬지나 코끼리가 아닌 새에게서 마치 죽음을 애도하는 것 같은 행동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까마귀과 새의 일종인 서부덤불어치는 동료가 죽으면 시끄럽게 울면서 주검 주변에 모인다. 평소에 이 새는 무리를 이루지 않는다.

죽은 동료를 발견한 어치는 이 가지 저 가지로 돌아다니며 시끄럽게 울기 시작한다. 그러면 다른 어치도 가까이 날아와 따라 울고 조용히 주검을 지켜보기도 한다.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어치들은 이틀이 지날 때까지 먹이를 먹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치는 동료의 죽음을 슬퍼해 장례식 비슷한 의식을 치르고 금식 행동을 한 것일까. 이 관찰을 한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의 과학자들은 다르게 설명한다. 동료의 죽음을 부른 위험을 널리 알리려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금식 행동도 위험에 노출되는 걸 피하려는 동기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똑똑하기로 유명한 까마귀과 새들은 단지 위험 정보를 나누는 것으로는 설명이 힘든 '장례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이전부터 알려져 있다.

캐나다 캘거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포플러나무에 날아와 가지에 앉던 까치 한 마리가 무슨 이유에선지 포장도로에 떨어져 죽었다. 그러자 5분 안에 까치 십여 마리가 주검 주변에 모이더니 둥글게 둘러쌌다. 주검을 쪼거나 하는 행동은 없었다. 한 마리는 주검에 다가가 부리로 가볍게 건드리고 떠났다. 나머지 새들은 약 5분간 그 자리에 머물다 일제히 날아갔다. 이들은 특이한 죽음을 맞은 동료에게서 어떤 정보를 얻으려 한 것일까, 아니면 의식적인 모임이었을까. 이 관찰은 학술지에 보고된 것이다.

지적이거나 사회적 동물 범주에 들지 않는 기린에게도 최근 죽은 새끼나 동료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듯한 행동이 잇따라 관찰됐다. 사산한 새끼를 어미가 여러 시간 동안 핥으면서 지키고, 동료 10여 마리가 죽은 새끼 기린을 둘러싸고 청소동물이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3주일 전 죽은 기린의 주검을 찾아가 냄새를 맡고 건드리는 등의 행동을 했다.(기린도 슬픔을 안다, 침팬치나 코끼리처럼)

침팬지나 고릴라는 동료의 죽음에 범상치 않은 반응을 한다. 잠비아의 한 침팬지 보호구역에서 있었던 일이다. 9살짜리 수컷이 죽자 보호구역에 있는 43마리 가운데 30여 마리가 주검 둘레에 모였다. 이들은 주검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만지거나 냄새를 맡기도 했다.

아프리카코끼리는 아마도 동료의 죽음을 가장 오래 기억하는 동물일 것이다. 이들은 오래전 죽은 코끼리의 뼈를 보면 흥분하고 코와 발, 상아로 건드리며 꼼꼼히 조사한다. 특히 상아는 그 코끼리가 살아 있을 때의 기억을 되살리는 부위여서인지 오래 자세히 조사한다. 마치 성묘하듯, 친척의 유골을 찾아간다는 주장도 있다.

동물에게 사람과 같은 마음은 없을지 모른다. 죽음에서 위험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이를 나누려는 본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죽은 이의 뜻을 받들고 넋을 기리는 우리의 행동도, 따지고 보면 죽음에서 얻은 정보를 공유하려는 것 아닌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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