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어지러움, 우리몸 균형 잡는 ‘전정기관’ 이상?
국민일보 2012.08.16 09:54
[쿠키 건강] 유난히 열대야가 심했던 지난 몇일 우리 국민들은 런던올핌식에서 선전하던 국가대표 선수들로 인해 더위를 잊었다. 많은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한 결과로 좋은 성적을 냈고, 특히 한국 역사상 체조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한 양학선 선수는 세계적인 기술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양학선 선수는 자신이 만든 ‘양학선 (양1)’ 기술을 선보였고, 2차 시기에서 난이도 7.0의 ‘스카라 트리플’을 시도해 착지시에 엄청난 균형감각을 선사했다.
이처럼 양학선 선수를 포함한 체조 선수들의 놀라운 균형과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기관이 ‘귀’다. 귀는 소리를 듣는 기능뿐만 아니라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기능을 하는데 ‘전정기능’이라고 한다. 인간의 신체 균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귀 속의 전정기관을 중심으로 말초기관부터 중추신경계까지 복잡하게 연결된 기관이 상호 작용을 해야 한다. 이들 기관 중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어지럼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이비인후과 홍성광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전정기관 이상에 따른 어지러움증에 대해 알아본다.
◇갑자기 찾아오는 어지러움, 더위 때문이다?
회사원 A씨(여·28)는 최근 퇴근길 지하철에서 갑작스런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느끼며 주저앉았다.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식은땀이 흐르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증상을 겪어 병원을 찾았고, ‘전정신경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전정신경염’은 전정기관에 직접적으로 염증이 발생해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이는 전정신경의 바이러스감염 등으로 인해 한 쪽 달팽이관의 기능저하가 발생하면서 갑작스런 평형기능 장애를 유발해 오심과 구토를 동반하는 심한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 감기를 앓고 난 뒤에 전정신경염에 걸리기 쉽다. 심한 어지럼증이나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이명이나 난청 등의 청각증상은 동반되지 않는다.
어지러움의 원인이 되는 질환 중 하나인 이석증은 어지럼증 환자의 80~9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우리 귓속의 내이(內耳)에는 난형낭이라는 평형을 감지하는 평형반이 있는데, 이곳에 칼슘덩어리로 이뤄진 이석이란 조그만 돌이 얹혀져 평형반위에서 흔들거리며 자세의 균형을 인식한다.
이때 머리에 충격을 받거나 스트레스, 노화 등의 요인으로 이석의 결합력이 감소하면 그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와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반고리관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특히 과거에 전정신경염을 앓았거나 편두통성 어지럼증이 있는 경우 외상에 의해 머리를 다치는 경우 이석증의 발병확률이 더 높다.
마지막으로 메니에르병은 그 이름이 생소하지만 그 증상이 심각하지 않으면 쉽게 지나치게 되는 질환이다. 달팽이관의 고혈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우며 달팽이관의 압력이 높아질 때마다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처럼 귀가 꽉 막히는 느낌과 이명이 어지럼과 동반하여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심한 경우 갑자기 쓰러지기도 해 머리 등을 다칠 위험이 있어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홍성광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대부분의 경우 약물치료와 식이조절로 치료가 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반응이 없는 경우는 고막 안쪽 관자뼈 속에 있는 공간이 고실에 약물을 주입하거나 내림프낭 감압술 같은 침습적인 처치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며 “어지럼에 의한 메니에르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으나 알레르기와 내림프액에서의 흡수장애로 인한 수종이 발생해 발병한다고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 귓속의 어지러움 몰아내기
전정신경염은 초기에 심한 어지럼이 발생해 대부분의 환자들은 참기 힘들어하기 때문에 단기간의 전정억제제의 사용이 도움이 된다. 또 급성기에 스테로이드의 사용은 환자의 증상을 조기에 호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은 3~4일 정도 극심한 어지럼을 호소하게 되며 이후 6주에서 8주 가량 점차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급성기 이후 전정재활치료는 환자의 증상을 조기에 좋아지게 만들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환자에게 설명하고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추천된다.
홍성광 교수는 “중요한 것은 증상을 좋아지게 한다고 전정억제제를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양쪽 전정계의 불균형에 대한 중추신경계의 보상작용을 이끌어 내기 어렵게 돼 약의 의존도를 높이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석증은 반고리관 내부에서 결석이 이동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므로 부유물을 원위치로 되돌리는 물리치료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이환된 반고리관에 따라 다양한 이석치환술이 있는데 외래에 내원하는 가장 많은 원인의 이석증이 후반고리관에 위치한 이석증이므로 변형 에플리 방법이 흔히 치료방법으로 사용된다. 이 방법의 기본 원리는 머리의 위치를 변화시켜 반고리관의 관내를 따라 석회 부유물을 이동시켜 전정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방법의 효과는 90%이상 보고 되고 있으며, 만약 한 번으로 반응이 없으면 몇 차례 반복해 시행한다.
메니에르병에 대한 약물치료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데, 약물이 급성기 현기증 증상을 치료하는 데에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청력 보존에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또 병의 진행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다. 현재 일반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된 약물은 베타-히스티딘과 이뇨제이다. 그 외에 수술적 치료 방법도 있지만 그 치료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다.
홍성광 교수는 “전정기능이상 질환들은 보통 초기에는 그 증상이 심각하지 않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자연스럽게 완화되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여름에는 더위로 인한 현기증이나 가벼운 빈혈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홍 교수는 “이런 질환들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주고, 경우에 따라 혈관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50세 이상의 환자들에서 국소학적인 신경이상이 없는 어지럼이라 하더라도 소뇌경색에 의한 발생가능성을 반드시 감별해야 한다”면서 “자신에게 발생하는 어지럼을 그냥 좋아지겠거니 생각하고 방치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으로, 어지럼증을 느끼면 즉시 병원에가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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