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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 나호열
당신이 듣고 싶은 말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러나 그 말은 너무 멀리 있네
단 하나의 침으로 허공을 겨누고
밤하늘 별들이 파랗게 돋아났으나
꿀벌은 지상으로 떨어져 내려
이제는 슬픔도 늙어 가슴을 잃었네
우두커니 한 사람 정류장에 서 있으나
버스는 오지 않는다
걸어라
빙하기의 지층 속으로
죽고 썩어 발화를 기다리는
석탄의 하늘을 향해
걷고 걸어라
그 말이 그립다
살아 있다고 파닥거리는
날갯짓
영혼 속에 손을 넣으면
아득하게 물컹거리는
그 말
그 말의 체온
- 시집 『 눈물이 시킨 일』 시학시인선 2011
독과 약, 또는 독약 / 나호열
나란히 있다
아니 서로를 서로 속에 감추며
독도 약이 될 수 있는지
약도 독이 될 수 있는지
치사랑을 가늠할 수 없다
저 붉은 사과
나는 금단의 붉음과
둥금을 입맛 다시며
절대절명의 순간을 겨누고 있다
저 원융 圓融 속에 이빨이 박히는 순간
찌르르 내 생을 가르며 지나갈
독이 든 사과를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다.
- 시집 『 눈물이 시킨 일』 시학시인선 2011
눈빛으로 말하다 / 나호열
떠나보지 않은 사람에게
기다려 보지 않은 사람에게
손아귀에 힘을 주고 잔뜩 움켜쥐었다가
제 풀에 놓아버린 기억이 없는 사람에게
독약 같은 그리움은 찾아오지 않는다
달빛을 담아 봉한 항아리를
가슴에 묻어 놓고
평생 말문을 닫은 사람
눈빛으로 보고
눈빛으로 듣는다
그리움은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꽃
그저 멀기만 하다
멀어서 기쁘다
- 시집 『 눈물이 시킨 일』 시학시인선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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