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 노래 / 문정희
이 말을 할 때면 언제나
조금 울게 된다
너는 물보다도 불보다도
기실은 돈보다도 더 많이
말(言)을 사용하며 살게 되리라
그러므로 말을 많이 모아야 한다
그리고 잘 쓰고 가야 한다
하지만 말은 칼에 비유하지 않고
화살에 비유한단다
한번 쓰고 나면 어딘가에 박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날카롭고 무성한 화살 숲 속에
살아있는 생명, 심장 한가운데 박혀
오소소 퍼져가는 독 혹은 불꽃
새 경전의 첫 장처럼
새 말로 시작하는 사랑을 보면
목젖을 떨며 조금 울게 된다
너는 이제 물보다도 불보다도
돈보다도 더 많이
말을 사용하다 가리라
말이 제일 큰 재산이니까
이 말을 할 때면 정말
조금 울게 된다
- 강은교 최동호 엮음 『드므에 담긴 삽』(서정시학, 2006)
조계사 꽃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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