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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사진과 인문학/꽃살문의 꽃이 되다

이 말을 할 때면 언제나 조금 울게 된다

by 丹野 2011. 5. 7.

 

 

화살 노래 / 문정희

 

이 말을 할 때면 언제나

조금 울게 된다

너는 물보다도 불보다도

기실은 돈보다도 더 많이

말(言)을 사용하며 살게 되리라

그러므로 말을 많이 모아야 한다

그리고 잘 쓰고 가야 한다

 

하지만 말은 칼에 비유하지 않고

화살에 비유한단다

한번 쓰고 나면 어딘가에 박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날카롭고 무성한 화살 숲 속에

살아있는 생명, 심장 한가운데 박혀

오소소 퍼져가는 독 혹은 불꽃 

새 경전의 첫 장처럼

새 말로 시작하는 사랑을 보면

목젖을 떨며 조금 울게 된다

 

너는 이제 물보다도 불보다도

돈보다도 더 많이

말을 사용하다 가리라

말이 제일 큰 재산이니까

이 말을 할 때면 정말

조금 울게 된다

 

 

- 강은교 최동호 엮음 『드므에 담긴 삽』(서정시학, 2006)

 

 

 

 

조계사 꽃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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