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법 제 1강
시의 연원과 의의를 정리하였습니다.
시작법 제 1강 시 창작이란 무엇인가 (1) / 나호열 |
1. 詩의 어원
言 + 寺
言 : 똑똑하고 고른 말 寺 - 之(발음부호) + 寸(손): 손을 움직여 일한다
寺 : 持의 原字(손을 움직여 일한다) 用人, 寺人
손을 움직여 일한다 ~ 만든다 → 행동과 창작 ← poetry, poesy - poesis
2. 몰톤의 문학 분화도
서사시(敍述) 서정시(瞑想) 희곡(表出)
창조적 문학 Poetry |
서술(나레이터가 내용 중간에 선다)
표출(청중은 내용에 직접 부딪친다)
Ballad Dance (민요 무용)
말, 소리, 몸짓
토의적 문학 Prose
역사(서술) 철학 (명상) 웅변(표출)
<자연과 사건> < 관념이 우세> <전달성이 우세>
3. 문학이란 무엇인가?
1999년 2월 28일(일) 조선일보에 게제된 소설가 김승옥의 『문학이란 이런 것』의 전문.
이번 3월부터 세종대학교에서 문학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는 신문기사가 나간 후 몇 군데 잡지와 방송에서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 질문들 속에 공통되는 것은 내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이냐는 것이었다. 글쎄,색다른 교수법이라면 몇 가지 내 나름대로 준비해 본 것이 없지는 않다. 예컨대, 판소리 興夫歌(흥부가)의 돈타령, 가난타령이나 春香歌(춘향가)의 사랑타령 등의 음반을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그 타령들처럼 1)하나의 낱말로 연상되는 모든 것을 수집해 보게 한다든지, 미술 대학생들이 소묘 숙제하듯이 가령 서울역 대합실에 가서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마음에 느껴지는 모든 것을 글로써 2) 묘사해 오라는 과제를 준다든지 함으로써 3) 상상력의 기초훈련을 시켜보겠다는 계획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문학이론 문제로 들어가면 나는 은근히 걱정이 앞설 뿐 특이한 대책은 없다. 한 학기 한정된 시간 속에 일반론 이상으로 특이한 강의를 하는 것은 오히려 학생들을 불구자로 만들 뿐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특이하거나 첨단적인 문학론은 - 그런게 있다면 말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각자 찾아보면 될 터이고 별로 길지 않은 대학시절에는 이 세상의 평균적인 대학생이라면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문학론들을 섭렵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한다. 인터뷰의 질문 중에는 문학의 효용성에 관한 나의 견해를 묻는 것이 많았다. 문학의 쓸모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왜 사람들이 문학작품을 쓰고 읽어야 한다고 보는가? 문학 특히 시와 소설 같은 창작 문학이 인간생활에 무엇을 얼마나 실용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문학인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있어 왔다. 나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매우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놓고 문학창작에 임하고 있다. 문학의 효용성이 무엇인가하는 것은 언어의 쓸모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그 답이 자명해진다. 인간은 몸(肉體)과 마음(靈魂)이 결합되어 이루어진 존재이다. 물질적인 몸이 화학물질인 음식물을 먹음으로써 그 성분에 영향을 받아 건강을 유지하고 성장하거나 해를 입고 쇠약해지듯이 마음은 언어에 의해서 영향받으며 그 건강을 유지하고 성숙하거나 해를 입고 손상되어 심지어 자살에 이를 수도 있다. 멀쩡한 몸을 자기 손으로 파괴시켜 버리는 자살을 가능케 하는 것은 보면 인간의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운영하는 언어의 에너지는 세심한 주의력을 가지고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4) 언어란 고독한 개체로서 이 세계에 존재하게 된 인간과 세계, 그리고 타인 사이에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어 줌으로써 고독을 해소하고 연대감으로써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최선의 기능이다. 문학이란 그러한 언어가 최상으로 세련된 형식인 것이다. 문학을 모르고 지극히 단순한 일상적인 언어 약간만 구사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문학을 읽고 쓰며 세계를 인식하는 사람에 비해서 그 행복감이 적을 수 밖에 없다. 그 마음은 어둠 속을 홀로 떠다니며 늘 답답하고 외롭기 짝이 없는 것이다. 나의 제자들이여, 5) 논리와 윤리를 잘 갖춘 많은 언어를 되도록 많이 네 영혼 속에 입력시켜라. 우주는 네가 알고 있는 언어의 크기만큼 네 앞에 열리며 자기 모습을 보여주고 네 행복감은 그 우주의 크기만큼 커지는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우주의 근원인 하느님을 볼 수 있을 만큼 네 언어가 精製(정제)된 것이게 하라. 최고의 행복감이 너의 것이 되리라 |
해제 :
4) 는 앞에서 언급한 왜 시를 쓰는가에 대한 우회적 답변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인간과 자연 사이의 의미있는 관계를 추구하는 작업이 글쓰기이며 시는 다른 장르에 비하여 압축과 비유의 기법을 통해서 자연을 포함한 타자와의 관계를 드러내는 일이다. 3) 상상력은 모든 예술의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정신작용이다.
1) 수집과 2) 묘사는 상상력을 배양하기 위한 기초훈련이다 5) 논리와 윤리를 갖춘 언어란 무엇인가?
문학에서의 논리란 언어의 정합성 뿐만 아니라 명징한 상상력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를 갖춘 언어는 언어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속성이라기 보다는 글 쓰는 사람의 삶에 대한 진정성을 표현해내는 적절한 힘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리라고 본다. |
시작법 제 1강 시 창작이란 무엇인가 (2) / 나호열 |
1. 문학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
개성적 존재 |
1) 이 세상에는 또 다른 <나>가 없다 -
표현 욕구의 존재 |
-
가치를 인식하는 존재 |
3) 존재의 불안, 자유 의지의 느낌 -
2. 시 창작의 의의
1) 마음의 표현
<예시>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라갔구나! - 정지용 , <유리창 1> 전문 |
2) 사물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
셸리
시는 세계의 감추어진 부분으로부터 베일을 벗기며, 혹은 눈에 익숙한 사물을 처음 보 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
3) 언어와의 싸움이며 사랑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영역에 대한 안타까움과 절망을 붙들고 싸움을 하는 것
一物一語說 : |
플로베르 |
해석) 우리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표현하는 데에는 하나의 단어 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 말을 찾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 |
하이데거 |
해석) 언어를 통하지 않고는 사물에 다가갈 수 없다 사물에게 존재를 드러내게 하는 것 |
최상의 말을 최상의 순서로 늘어놓는 것이 시이다 : |
워즈워드 |
4) 시대와 현실에 대한 참여
펜은 칼보다 강하다 |
나폴레옹 |
임금을 사랑하지 않고 나라를 걱정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다. 어지러운 시절을 슬퍼하고 통분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다 : |
정약용 |
한 나라가 위대한 작가를 가진다는 것은 제2의 정부를 가지는 것과 같이 위험하다 |
솔제 |
5) 인생의 진실에 대한 탐구]
체험과 감성과 상상력을 통하여 인생을 탐구하고 해석한다. 숨겨진 진실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찾아서 보여주는 일 |
6) 세계와의 일체감을 꿈꾸는 일
인간정신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은 꿈을 갖는 일이다 |
발레리 |
<예시>
물 먹은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앉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김종삼 <묵화> 전문 |
강의요점 |
1.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
1) 이 세상에는 또 다른 <나>가 없다 : 개성적 존재
2)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자신의 개성에 의해 창조하려는 의지 : 표현욕구의 존재
3) 존재의 불안, 자유의지의 느낌: 가치를 인식하는 존재
2. 시창작의 정의
1) 마음의 표현, 2) 사물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
3) 언어와의 싸움이며 사랑, 4) 시대와 현실에 대한 참여
5) 세계와의 일체감 추구
'나호열 시인 > 詩 창작 강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승무(僧舞)」의 시작 과정 / 조지훈 (0) | 2011.04.28 |
---|---|
제2강 시창작에 필요한 전제조건 / 나호열 (0) | 2011.04.18 |
식탁, 세계화되는 몸의 현장 / 김수이 (0) | 2011.03.22 |
상상력의 힘, 새로운 세계 / 이건청 (0) | 2011.03.22 |
풍경과 존재의 변증법 / 이은봉 (0) | 2011.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