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관한 비망록 / 나호열
-42.195km
천국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옥을 통과해야만 한다
비록 이 길이 지옥에서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 하더라도
이 길이 천국에서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 하더라도
태어난 곳으로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이 길이 죽음으로 완성되는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너무 짧거나 아니면 너무 긴 이 삶을 이야기하고 싶어
진다
동전 떨어지듯 상쾌한 햇빛을 밟으며
헤엄쳐 가거나 날아가거나
짙어지는 안개 속을 해쳐 나가기 위해서는
차라리 눈감고 뛰어가리라
지옥은 아름답다 그리고 풍요롭다
고통의 신음과 환희의 웃음소리가
꿀물처럼 갈증을 일으킨다
아름다운 사람아, 이윽고 내가 너에게 닿을 때
풀린 다리와 가쁜 숨과 땀내 가득한 한마디 말로
굳게 닫힌 천국의 문이 열리리라
기다림으로 황폐해진 정원, 그 가슴팍에
한 톨의 검은 씨앗으로 너의 가슴에 깊이 파묻히련다
산도 넘다 보면 강이 되더라
흘러가다 보면 강도 산이 되더라
'나호열 시인 >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집 / 나호열 (0) | 2010.01.26 |
---|---|
귀가 / 나호열 (0) | 2010.01.04 |
낙타에 관한 질문 / 나호열 (0) | 2010.01.02 |
아름다운 집. 1 (0) | 2010.01.02 |
장미를 사랑한 이유 (0) | 2010.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