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집.1 / 나호열
내일이 하안거 해제일인데
그들은 아직도 묵언수행 중이다
햇볕은 다람쥐 등 무늬에 얹혀 팔랑거리고
쪽물 든 바람이 몸을 비틀자
산길의 꼬리가 살랑거리는데
문 열릴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머리 위로 뭉게구름 피어오르는 것을 보니
태워버려야 할 말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모양
다시 겨울이 돌아오면 해진 옷은 더욱 얇아질 터
더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부도가 되고
더러는 그 자리에 서서 탑이 되었는데
내 눈엔 그저 나무로만 보인다
아름다운 집은 크지 않다
넓지도 않다
착하고 순한 영혼이 깃들어야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집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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