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er Christophe Jacrot
"Tale of the rain" Bella Akhmadulina.
추억에서의 헤매임 / 장석남
1 추억이 아픈 모양이다 손톱 속으로 환한 구름이 보이고 길 모퉁이를 지키는 별이 낭하 긴 가슴을 눈여겨 쳐다본다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커다란 나뭇잎 추억의 음악이 떨리는 모양이다 답십리 쪽에서 구겨진 도화지처럼 연기가 올라온다 황무지 다섯 평 나의 마음이 눈빛이 딱딱한 마른 물고기를 구워 소풍가고 싶어한다
2 옛집 집 앞 옥수수밭에 바람이 덮치나 가슴이 실타래처럼 얽힌다 얽힌 실타래 속 물고기 한 마리 입 속에 환한 불이 켜져 있다 어머니는 해마다 밭뚝에 옥수수를 심어 우리집 울음을 대신 울게 했지 아침이면 차마 눈으로 볼 수 없는 옥수숫대가 있었지
3 새벽에 가을 나무를 보면 애정이 꽃피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이 다 바람 불어간 후 근심의 밑바닥을 바라보면 비로소 애정이 꽃피는, 가지들이 너무 무거웠으므로 나는 너그럽지 못했다 나는 오늘밤 마른 물고기를 타고 진흙별에까지 가야한다 그곳에 두 눈 칭칭 동여맨 나의 사랑이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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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지니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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