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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풍경 너머의 풍경

추억에서의 헤매임

by 丹野 2011. 3. 6.

 

Photographer Christophe Jacrot

 

"Tale of the rain" Bella Akhmadulina.

 

 

 

 

 

 

 

 

 

 

 

 

 

 

 

 

 

 

 

 

 

 

 

 

 

 

 

 

 

 

 

 

 

 

 

 

 

 

 

 

 

 

추억에서의 헤매임 / 장석남

 

1

추억이 아픈 모양이다

손톱 속으로 환한 구름이 보이고

길 모퉁이를 지키는 별이

낭하 긴 가슴을 눈여겨 쳐다본다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커다란 나뭇잎

추억의 음악이 떨리는 모양이다

답십리 쪽에서 구겨진 도화지처럼 연기가 올라온다

황무지 다섯 평

나의 마음이

눈빛이 딱딱한 마른 물고기를 구워 소풍가고 싶어한다

 

2

옛집 집 앞 옥수수밭에 바람이 덮치나

가슴이 실타래처럼 얽힌다

얽힌 실타래 속 물고기 한 마리

입 속에 환한 불이 켜져 있다

어머니는 해마다 밭뚝에 옥수수를 심어

우리집 울음을 대신 울게 했지 아침이면

차마 눈으로 볼 수 없는 옥수숫대가 있었지

 

3

새벽에 가을 나무를 보면

애정이 꽃피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이 다 바람 불어간 후

근심의 밑바닥을 바라보면

비로소 애정이 꽃피는,

가지들이 너무 무거웠으므로 나는 너그럽지 못했다

나는 오늘밤 마른 물고기를 타고

진흙별에까지 가야한다

그곳에 두 눈 칭칭 동여맨 나의 사랑이 있으므로

 

 

 

 

 

 

 

 

 

 

 

 

 

 

 

 

 

 

 

 

 

 

 

 

 

 

 

 

 

 

 

 

 

 

 

출처 / 지니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