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비 베리 가는 길
흘러갔다 / 나호열
나는 흘러갔다
낮이나 밤이나
비오는 날이나
바람 부는 날에도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를 만나지 못하고
영원히 나는
나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나는 흘러갔다
촘촘한 세월의 그물을 뚫고
赤貧으로 사라지기 위하여
이렇게 흘러가는 것인가
서럽게 서 있던 역이 흘러갔다
그렇게 완고하게 서 있던 집들과
나무들이 흘러갔다
길이 흘러가고
고통이 흘러갔다
문득 흘러갔던 초로의 사나이가
소금기둥으로 서 있다
'나호열 시인 >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호열 / 건봉사, 그 폐허 (0) | 2011.04.09 |
---|---|
나호열 / 거꾸로 읽어보는 詩 - '눈물이 시킨 일' (0) | 2011.03.30 |
나호열 / 황사, 그 깊은 우울 (0) | 2011.03.03 |
나호열 / 눈빛으로 말하다 (0) | 2011.02.16 |
나호열 / 조롱 밖의 새 (0) | 2011.02.13 |